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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르포] "바가지 없어요" 36년 이어온 세계 3대 마임축제 춘천을 가다
2024-06-14

춘천 마임축제는 프랑스 미모스 축제, 런던 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불린다. 1989년 암울한 시대 예술인들의 해방구로 시작해 올해로 36회째를 맞은 춘천 마임축제는 대표적인 K-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춘천 마임축제가 열렸다. 먹거리 바가지, 부실한 콘텐츠 등으로 일부 축제들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 열린 올해 춘천 마임축제는 깨끗하고 투명한 진행으로 세계 3대 축제의 품격을 보여줬다. 이번 축제를 찾은 인원은 주최 측 추산 13만명에 달한다.

가족들과 함께, 또는 친구들과 함께 '마임'이라는 콘텐츠는 물론 춘천이라는 도시를 흠뻑 즐길 수 있는 춘천 마임축제. 축제의 백미로 불리는 '불의 도시;도깨비난장' 현장을 직접 찾아 분위기를 살펴봤다.

◇200개의 공연…13만명 몰린 마임축제의 매력

'불의 도시;도깨비난장'은 불을 이용한 퍼포먼스와 예술가들의 다양한 공연, 여러 체험 부스 등을 즐길 수 있는 춘천 마임축제의 '킬러 콘텐츠'다. 200회 공연 중 150회의 공연이 도깨비난장에서 열렸다.

올해 도깨비난장은 춘천 하중도에 위치한 레고랜드코리아리조트 주차장 일원에서 열렸다. 축제 콘텐츠는 '마임' '몸짓'이라는 축제의 테마에 충실했다. 공연뿐만 아니라 줌바댄스, 요가 등 몸을 이용한 체험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부스들도 다수 마련됐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도깨비난장 행사장에는 유난히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다.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체험, 놀이 부스에서도 마이미스트들의 소소하지만 익살스러운 몸짓을 감상할 수 있었다.

축제는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마임이라는 콘텐츠를 접하게 하는 기회의 장으로 작용했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시간대별로 정해진 공연 스케줄표를 들고 흥미롭게 공연을 찾아다녔다. 친구와 함께 축제를 찾은 김 모 씨(27·여)는 "행사 광고를 보고 강릉에서 오게 됐다"며 "마임 공연은 처음 보는데 신기하고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지역 청년, 소상공인과의 상생과 타 행사와의 협업도 눈길을 끌었다. 주최 측은 강원도 감자를 이용해 맥주를 만드는 청년 그룹을 섭외해 축제에서 '마임맥주'를 판매했다. 지역 소상공인들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부스도 따로 마련했다.

특히 이번 축제는 '2024 문화도시박람회'와 함께 열려 의미를 더했다. 강영규 축제 총감독은 "문화도시박람회의 입장에서는 박람회를 축제처럼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마임축제 입장에서는 수많은 문화기획자가 모이는 박람회를 통해 축제 진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가지 원천 차단…모든 먹거리 정보 '오픈'

그간 지역 축제의 바가지 물가가 도마 위에 올랐던 만큼 먹거리도 큰 관심을 받았다. 이번 춘천 마임축제 도깨비난장에는 총 17개의 푸드트럭이 먹거리존을 채웠다.

춘천 마임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재정지원 기한인 10년을 모두 채워 올해부터 '명예' 문화관광축제로 전환됐다. 문체부의 직접적인 평가 대상은 아니지만 먹거리 물가 관리가 양호하게 관리돼고 있었다.

주최 측은 모든 푸드트럭의 메뉴와 정보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공표했다. 특히 단가와 함께 중량을 표기해 바가지 요금 논란을 원천 차단했다. 현금 결제만을 요구하던 기존 축제 먹거리존과도 거리가 멀었다. 각 푸드트럭에는 카드 결제기가 놓였고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결제까지 가능했다.

직접 카카오톡 간편결제를 통해 구입한 닭강정 S(스몰) 사이즈의 가격은 8000원이었다. 홈페이지상 중량은 220g. 15조각 남짓한 양은 가격 대비 적지 않았다. 방문객들도 투명한 먹거리 부스와 시중가와 크게 다르지 않은 축제 물가에 만족감을 표했다.

아들과 함께 먹거리를 즐기던 염영철 씨(45)는 "최근 축제 바가지 물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곳은 그런 것 같지 않다"며 "닭꼬치를 5000원에 샀는데 시중가 대비 비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릉에서 친구와 축제를 찾은 김 모 씨(27·여)도 "상자를 꽉 채운 돼지갈비 프라이드를 1만 2000원에 구입했다"며 "외부에서도 이 정도 가격은 할 것 같고 위생도 양호했다"고 했다.

◇애매한 위치, 2만 5000원 입장료는 '진입장벽'

도깨비난장이 개최된 레고랜드 주차장은 넓고 주차가 편리한 장점도 있었지만 도심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축제를 위해 시내버스 임시 정류장이 설치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자가용을 이용했다.

앞서 언급한 염 씨는 "춘천시민이라 마임축제를 매년 오고 있지만 레고랜드 주차장에서 하는 축제는 처음 와 본다"며 "아무래도 차를 가지고 오다 보니 축제에서 맥주 한잔하는 데도 제약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주차장에서 진행된 만큼 바닥에 깔린 자갈들로 장시간 걷는 데 피로감이 있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일부 통행로에 매트가 깔리기도 했지만 이외의 동선에서는 파쇄석을 밟고 다녀야 했다. 책정된 입장료에 부담을 느끼는 방문객들도 있었다. 도깨비난장 입장료 정가는 성인 기준 2만 5000원이었다. 다만 지역 주민, 가족 단위 방문객 등은 일부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김 씨는 "지인을 통해 표를 구해 오게 됐다"면서 "마임 예술 진흥 등의 측면이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정가를 내야 했다면 방문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j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