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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 15년 만에 다시 섬으로… 36.5℃ 불꽃 태웠다
2024-06-05

춘천마임축제가 15년 만에 다시 섬으로 돌아와 뜨겁게 관객을 환대했다.

8일간 춘천 레고랜드 코리아 주차장 일원에서 펼쳐진 2024 춘천마임축제가 2일 대표 프로그램 ‘낮 도깨비난장’을 끝으로 폐막했다. 주최 측 추산 13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 2024문화도시박람회와의 시너지와 춘천마임축제의 명성을 다시 확인했다. 불꽃(firework)을 활용한 화려한 퍼포먼스 외에도 공연자 290여 명이 꾸민 넌버벌 퍼포먼스(비언어 공연) 60여 개가 4개의 스테이지에서 끊임없이 동시 진행됐다. 마지막 날 낮도깨비 난장도 부활해 관객의 흥을 돋웠다. 36.5도를 가진 따뜻한 인간이 서로에게 온기를 베푼다는 축제의 주제처럼 심장이 뚫린 6m 크기의 거대한 사람 형상이 메인 조형물로 관객을 맞았다.

■자유분방 불파티에 열광

31일부터 2일 새벽 2시까지 춘천 레고랜드 주차장 일대에서 열린 ‘불의 도시:도깨비난장’의 화룡점정은 메인 공연인 ‘불파티; 자유분방’이었다.

마임시티즌, 댄스컴퍼니 틀의 안형국, 뽈레뽈레, 케이락컴퍼니, 그런트제로, 이성진, 파이어앨범, 예술불꽃 화랑 등의 협업으로 퍼레이드와 함께 국악, 디제잉, 무용, 공중묘기, 불꽃묘기 등이 결합한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퍼레이드를 알리는 트럼페터 이성진의 힘찬 연주로 분위기를 돋운 후 사람 조형물의 빈 심장에 불이 지펴지자 모두가 함께 타오르는 축제의 서막이 열렸다. 케이락컴퍼니가 장구, 태평소, 북, 피아노, 첼로 등 다양한 악기로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신명나는 연주를 선보였고, 아프로-브라질리언 타악을 연주하는 ‘뽈레뽈레’, 마임시티즌, 댄스컴퍼니 틀의 안형국, 파이어 댄스를 공연하는 ‘파이어 앨범’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EDM 페스티벌을 연상시키는 무대로 이어지는 흐름은 관객을 열광 속으로 몰아넣었다. 디제잉공연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런트제로 소속 모쉬(moshee)와 군대 조교 콘셉트의 허조교(Gunner)가 관중을 진두지휘, 웃음과 분위기를 모두 잡았다.

■ 9개국 아티스트 매혹적 무대

우리나라는 물론 네덜란드·리투아니아·브라질·스웨덴·스페인·슬로베니아·아르헨티나·일본 등 8개국 마임이스트가 입성, 다채로운 몸짓을 선보였다.

공중그네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하늘을 날았던 아르헨티나 무용수 아드리아노 칸게미의 ‘나구알 바람과 함께 춤을’은 해질 무렵 노을 풍경과 더해져 신비로운 모습을 자아내며 야외 축제의 묘미를 더했다. 이 공연 둘째날에는 아르헨티나 대사관에서도 현장을 찾아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아티스트를 격려했다.

스페인·슬로베니아 무용수의 공연 ‘COSSOC’에서는 두 신체가 지속적인 균형을 유지하며 마치 하나가 된 것 같은 매혹적인 아크로바틱 공연을 펼쳤다.

서커스 아트컴퍼니 모빌의 ‘물길’은 바닷 속 해녀의 모습을 형상화, 몸짓으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주영이 해녀의 삶을 나선형의 오브제를 활용해 공중묘기로 선보이는 가운데 다양한 악기를 활용한 김현빈의 폴리사운드 라이브 퍼포먼스가 더해져 몰입도를 높였다. 라이브로 구현한 파도소리와 함께 헤엄치는 듯 부유하는 공중 연기에 관객들이 숨죽였다.

네덜란드와 스웨덴 출신의 멤버로 구성된 벤차시어터의 ‘탱고 출 사람’은 아크로바틱과 댄스, 후프, 공중묘기를 결합한 열정적 무대로 박수받았다. 자국의 고전문학과 결합한 장대 곡예를 보여준 일본의 메리코, 일본을 대표하는 마임이스트 오이카도 이치로의 공연도 현장 분위기를 띄웠다.

■ 협업 확대로 지역성 더해

감자아일랜드와의 ‘마임맥주’, 디스틸러앤브루어와의 ‘난장 막걸리’ 등 지역 크리에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축제의 지역성을 더했다. 근화동 396의 로컬 팝업 스토어, ‘사랑으로 자람’ 등 춘천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레고 미니 피규어를 활용한 레고랜드 코리아의 ‘레고랜드와 두둠칫 몸짓하기’ 등 지역의 많은 기관단체가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1989년 춘천에서 함께 태어난 쌍둥이 축제 ‘춘천인형극제’와도 호흡을 맞췄다. 춘천인형극제는 축제 곳곳에서 인형극 재미롱, 극단 ‘마루한’의 공연, 펭귄들이 생태와 공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별별수다’, 3m 크기의 거대 인형들의 퍼포먼스 등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클라운 마임을 하는 거리의 광대 ‘삑삑이’, 클라운진, 마임시티즌의 슈트맨, 씸프아띠(CIMF Artist) 그룹, 신진아티스트 발굴을 위한 마임프린지 출신 아티스트들이 현장에서 관객들과 벽을 허물고 함께 했다.

이밖에 ‘슬로우 빌리지’에서는 ‘몸직임’, 웜바디 클래스를 통해 몸의 움직임과 소도구 활용 놀이를 통해 마음을 비우고 에너지를 채우는 공간이 마련됐고, ‘리노댄펍(리얼·노상·댄스·펍)’에서는 네온과 형형색색의 마네킹 설치물로 가득 찬 난장의 댄스 펍 공간이 조성됐다. ‘불 공장’은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소방관에게 안전교육을 받고, 봉투초 만들기, 모닥불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체험이 가능했다. ‘도깨비마을’에서는 재주 많은 도깨비들이 물건을 판매하고, 놀이 워크숍도 열었다.

정지혜(27)씨는 “올해 공간이 더 넓어져서 특히 좋았다”며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즐기고,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자리가 훨씬 많이 마련된 것 같아 더 만족스러웠던 축제였다”고 말했다. 김재연(30)씨는 “도깨비 난장 공연 때 부끄러움도 잊고 모두가 함께 노래부르며 호응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 재미가 잊혀지지 않아 내년에도 또 축제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 공간 안정성 확보

춘천마임축제의 도깨비난장은 36년간 이어져 온 대한민국 대표 축제의 킬러 콘텐츠이지만 그간 공간 섭외가 늘 난제였다. 춘천의 작은 섬 위도(고슴도치섬)에서 진행하며 이곳을 명소로 만들었으나 2008년 섬 개발이 시작된 후에는 공지천, 송암스포츠타운, 삼악산 호수 케이블카 주차장 등을 옮겨다녀야 했다. 최근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와 춘천시간 협약을 맺으면서 15년만에 또다른 섬 중도에 안착하게 됐다.

마임축제 측은 “그간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고 공간도 협소해 어려움이 있었는데 해소됐다”며 “축제 공간을 미학적으로 자체 디자인 해 온 국내 유일의 제작형 축제인만큼 앞으로 노하우를 더 잘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영규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은 “올해를 도시가 함께 만드는 축제의 원년으로 볼 수 있다”며 “한 번 즐기고 사라지지 않고 지역밀착형 문화축제로 정착하기 위해 지역의 많은 개인, 기관단체와 함께 해온 힘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최우은 기자 helpeun@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