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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 무대 잃었던 전 세계 공연꾼들, 난장에 모여들다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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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마임축제가 4년만에 해외팀 초청공연을 재개하면서 도심 곳곳이 해외 공연팀의 다채로운 무대로 물들고 있다. 해외교류가 시작된 후 처음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100팀 넘는 해외팀이 참여를 희망했다. 초청팀 선정을 위해 영상으로 보내 온 공연 모습을 지켜보는데에만 며칠간 매달릴 정도의 높은 응모율이었다. 심사를 거쳐 9팀의 해외팀이 4일까지 열리는 이번 축제기간 관객들을 만난다.

특히 1999년부터 매년 왔던 일본의 ‘불도깨비’, 오이카도 이치로도 4년의 공백을 깼다. 그의 방문 여부를 묻는 관객들이 있을 정도로 축제를 대표하는 해외 아티스트다. 강상민 공연예술전문스태프 협동조합 올(all) 대표의 기획으로 안형국 무용가와 함께 아수라장에서 ‘술이 오르다’ 공연을 첫 무대로 선보였다.

지난 30일 축제극장 몸짓 앞에 마련된 파티에서도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도심 속 무대가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불쇼와 가면극 등의 마임을 깨비짱들과 소통하며 자유롭게 선보였다. 2일시작되는 도깨비난장에서는 일본의 정령 ‘갓파’를 묘사하며 에너지 넘치는 몸짓을 보여줄 예정이다. 별도의 타임테이블에 구애받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현장에서 바로 즉석 공연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가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도 좋겠다.

또 다른 일본의 아티스트 사토시 아마루(46)도 4년만에 방문, 이날 파티에서 깨비짱들을 무대로 불러내며 저글링 등 유쾌한 시간을 선사했다. 개런티도 없는 무대에서 스스로 분장을 마다하지 않고 나와 자원봉사자, 스태프들과 열정을 다한 해외 아티스트들이 파티의 열기를 올렸다. 이날 극장공연을 마친 콜렉티브 랩소 서크도 자리에 함께 했다.

사토시 아마루 씨는 “코로나 기간 일본에서도 온라인 등으로 공연은 이어왔지만 해외교류가 아예 단절돼 아쉬웠다”며 “10년만에 들른 막국수집에서 주인 아주머니가 알아보셔서 깜짝 놀랐고,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이외에도 이탈리아·아르헨티나 서커스 아티스트 그룹 ‘A Tope’의 댄스 서커스 ‘재난 리허설’, 슬로바키아 마임극단 ‘씨어터 포르티시모’의 ‘쓰레기통’, 프랑스 서커스 아티스트 ‘콜렉티브 프리마베즈’의 아크로바틱 공중 서커스 ‘플레이 그라운드’ 등 다양한 해외팀의 공연이 펼쳐진다. 

“일상 속 도구로 서커스… 실수 또한 완성의 과정”
[인터뷰] 콜렉티브 랩소 서크


2023춘천마임축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해외팀 무대는 30∼31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한 ‘콜렉티브 랩소 서크’의 ‘OVVIO’이다. 공연명은 이탈리아어로 ‘물론이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슬로바키아와 스페인 출신으로 이탈리아의 서커스학교에서 만나 7년째 함께하고 있는 공연그룹으로 여러 나라를 돌며 4년째 이 공연을 해왔다. 스페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이번 축제를 통해 첫 아시아 공연을 가졌다.

두 사람의 공연자가 나무판자와 의자, 밧줄 등 매우 단순한 도구를 활용해 균형을 찾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말은 없다. 긴장되고 불길한 배경음악과 공연자들의 떨리는 숨소리만이 1시간을 채웠다. 나무판자위에 아슬아슬하게 서거나, 앉거나, 공을 던지며 중심을 잡는 공연자들은 오로지 오가는 눈빛과 미소 등 몸짓에만 의지한 채 공연을 끌어간다. 서로에 대한 강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무대다.

아무런 지지대 없이 오로지 감각으로만 긴 판자 끝, 의자 위에 가로놓인 나무토막 위에 올라 앉아 균형을 맞춘다. 추락에 대한 공포가 객석으로 그대로 전달되는 동시에, 완벽한 균형을 이룬 모습이나 안전하게 바닥으로 착지하는 순간의 안도감이 묘한 쾌감을 준다. 중국·러시아 등의 화려한 서커스에 주로 익숙해져 있는 한국 관객들에게 더욱 신선하다. 세계 각국에서 150회 이상 무대에 올라 TAC, Zirkolik, Umore Azoka 등 각종 대회에서 베스트 서커스상 베스트 서커스쇼를 수상한 수작이다.

아시아 첫 공연 직후 네트워크 파티 현장에서 토마스 바클라베크(Tomas Vaclavek·34·슬로바키아), 데이비드 데이즈 멘데즈(David Diez mendez·33·스페인), 보틸로 발렛 루이스(Portillo Vallet Luis·32)씨를 만났다.

-첫 한국 공연을 마친 소감은
“다양한 나라를 돌면서 공연을 해왔는데 객석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박수소리가 컸는데 이후에는 무대에서의 긴장을 같이 느끼면서 공연을 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박수를 자제하는 배려의 모습도 보였. 객석 분위기에서 그간의 공연과는 다른 공기를 느꼈다. 매번 다른 나라에서 공연할 때 느끼는 재미이기도 하다.”

-객석도 함께 잔뜩 긴장하게 된다. 공연을 설명해 준다면.
“우리는 일상 속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도구와 소재를 활용해 서커스를 한다. 공연을 통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기 보다 객석에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특히 오브제와 균형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사람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쇼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공연 중 서로와 호흡을 맞추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무대를 하다보면 실수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무대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늘 ‘완벽한 무대였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나무판자를 오브제로 활용한 무대가 특이하다. 도구는 어떻게 준비하나?
“이번에 활용한 나무판자 등은 축제 측에 미리 부탁해서 한국에서 제작한 것이다. 이동경비가 매우 높아 현지 조달 방식을 쓴다. 공연한 나라마다 이렇제 제작한 오브제를 두고 오는데 언제든 돌아가서 다시 무대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도 다시 올 기회가 보장된 셈인가?) 그렇다. 내년에도 다시 와서 공연할 수 있길 바란다.”

-두 사람이 도구 위에서 완벽한 균형, 대칭을 이룰 때 묘한 쾌감이 있다. 한국 사회도 떠올랐다.
“공연 자체가 워낙 미니멀하기 때문에 관객들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넓다. 당신처럼 한국 사회상황을 생각할수도 있고, 누군가는 함께 사는 어머니 등 가족을 떠올릴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모두 관객에게 달려 있다.”

-얼마나 연습·훈련해야 하나
“늘. 항상.”

-코로나19 기간은 어떻게 보냈나. 다음 일정은.
“공연을 기획하고, 연습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춘천 일정 이후 체코로 가서 다음 무대를 가질 예정이다.”

[진행·정리/김여진·강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