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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일보] "어차피 젖으려 왔는데 비와서 더 즐겁다"…춘천마임축제 '아수라장' 4년만 도심서 개최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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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마임축제가 4년만에 도심 속 물의 난장으로 개막을 알렸다. 시민참여의 폭을 크게 넓힌 동시에 ‘지구를 덜 괴롭히는 축제’ 형태로 관객을 맞는다.

2023춘천마임축제가 28일 춘천 중앙로 일대에서 개막,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 ‘아!수(水)라장’을 펼쳤다. 코로나19이후 4년만에 재개된 이 프로그램에는 시민들이 대거 참여, 춤·런웨이 등과 함께 거리 물놀이를 즐겼다.

일본의 마임대가 오이카도 이치로와 안형국의 합동공연 ‘술이 오르다’가 거리에서 펼쳐져 춤사위와 불쇼를 뽐냈고 물감 벽이 세워진 ‘컬러링 로드’와 관객들의 물총이 거리를 물들였다. 마임축제 공연팀 ‘슈트맨’의 공연을 비롯해 저글링과 버블공연, 풍선쇼 등을 통해 개막을 알렸다. 춘천마임축제의 얼굴없는 인형과 펭귄 인형, 춘천인형극제가 제작한 4m 크기의 대형 마리오네트의 합동공연도 시선을 모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은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과 런웨이를 선보였다. 10대로 구성된 육민댄스아카데미 학생들은 최신 팝에 맞춰 그룹댄스를 선보였고 5060대 중년들의 패션쇼, 슈퍼마리오 복장 등을 한 축제 스태프 ‘깨비짱’들도 코스튬을 뽐냈다.

최양희 춘천마임축제 이사장(한림대 총장)의 개막선언에 이어 김진호 춘천시의장이 ‘마임맥주’를 들고 성공 개최를 염원하는 건배사를 했다. 앞서 감자아일랜드와 협업한 ‘마임맥주’는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배포됐다. 노용호 국회의원, 이창우 춘천부시장 등도 개막 무대에 올랐다.

개막 선언 후에는 공연팀 그런트 제로의 디제잉 파티가 이어져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 자유를 만끽하며 에너지를 발산했다. 관객들은 비오는 날씨를 오히려 즐겼다. 시내 소화전과 춘천살수차연합회 등의 지원으로 일대에 놓인 물 양동이와 고무호스를 통해 시민들은 도심을 거대한 물놀이장으로 변신시켰다. 자녀가 쏘는 물총에 얼굴을 찡그리는 아빠와 뛰어다니는 아이를 쫓기 바쁜 엄마, 페이스페인팅을 했거나 특수 복장을 한 2030대 직장인, 셀카봉을 들고 현장을 중계하는 유튜버, 백팩을 맨 외국인 등 다양했다.

‘꿀벌’ 코스튬을 입은 직장인 김보경(30·춘천)씨는 “비오니까 오히려 더 좋은데요?”라며 물총을 든 채 포즈를 취했고, 축제 방문 계기를 묻자 직장인 백창현(31·서울)씨는 “헌팅!”이라고 외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화 ‘아바타’ 분장을 선보인 깨비짱 박현빈(24·한림대 3년)씨는 “코로나 전에 축제를 와보고, 스태프로는 처음 활동하게 됐는데 축제를 기획해 설렘이 컸다”며 “평소 해야할 일들이 많지만 1년에 한번쯤은 이렇게 모두 내려놓고 즐기는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처음 마임 축제에 왔다는 직장인 김미현(34·춘천)·김지혜(30·)씨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 김미현 씨는 “코로나 때문에 즐길거리가 없었는데 교통통제까지 되니 비가 오는데도 재밌게 즐겼다”고, 김지혜 씨는 “가족 관객이 많이 나왔는데 요즘 아이들이 많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집 근처에 놀 거리가 마련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축제에 두번째 방문했다는 박현(12·춘천)학생도 가족들과 오랜만에 물놀이를 했다. 비오는 날 춥지 않느냐는 질문에 “30분 동안 공연도 안 보고 물놀이만 했어요. 춥기도 한데 사람들이 많이 오니까 재밌어요”라며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모여서 하나가 되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아들과 둘이 나온 최동윤(41)씨도 물총 싸움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마스크나 코로나 걱정 없이 다수가 함께하는 마임축제를 4년만에 다시 즐길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아이가 너무 기쁘게 즐겨서 덩달아 즐겁다”라고 웃었다.

축제는 기후 위기 등 환경이슈를 고려해 다회용기 푸드코트 운영, 다회용 전기공급 등 ‘지구를 덜 괴롭히는 축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시민들이 오랜만에 도심에서 즐긴 ‘아수라장’에 사용된 물이 과도하게 투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 가운데 춘천마임축제는 내년부터 용수전환방식도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강영규 총감독은 “물 사용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에 충분히 공감한다. 축제 역시 환경을 걱정하는 시민들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으면서 축제를 열 수 있는 대안을 고민 중”이라며 “축제 준비 기간 빗물을 정화시켜 축제용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했지만 저장탱크를 마련할 공간과 예산이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 예산은 배로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당장 축제가 할 수 있는 일부 재생가능한 현수막 사용, 폐가구 활용 무대 제작, 다회용기 푸드코드 등을 진행한다”며 “축제 공간이 추가 확보된다면 용수저장탱크 설치 등 지구를 덜 괴롭히는 축제를 추구하기 위해 더욱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9일에는 춘천사회혁신센터 커먼즈필드에서 축제 프로그램 ‘봄의 도시’가 열려 워크숍과 공연 등에 시민들이 참여했다. 극장공연도 축제극장 몸짓에서 진행, 신체 및 오브제를 활용한 ‘이지은의 일기장’과 ‘일장일딴 컴퍼니의 줄로 하는 공연’ 등이 무대에 올랐다.

축제는 내달 4일까지 축제극장 몸짓과 춘천문화예술회관, 강원대학교, 삼악산케이블카 공영주차장 등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강주영

[강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