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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마임축제가 4년만의 개막 난장 ‘물의 도시; 아!水라장’으로 28일 개막하는 가운데 춘천시민으로 구성된 특별한 공연팀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춘천의 신중년 세대 20명이 28일 춘천 중앙로 일원에서 열리는 ‘아!水라장’ 개막식 런웨이에 오른다. 이들은 지난 9~21일까지 춘천문화재단이 진행한 ‘내 모양이 어때서’ 워크숍 수강생들이다. 워크숍은 수십여년 간 자신의 모습을 감추며 억눌린 삶을 살아온 신중년 세대들을 대상, 이들이 각자의 개성과 색깔을 되찾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모두 20명으로 45세부터 66세까지 신중년 세대들이다.
이들은 워크숍 기간 서로의 이름이 아닌 원하는 별명으로 부르며 이름과 성별, 나이, 직업 등 사회가 규정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했다. 또 숨겨진 욕망과 개성은 마스크, 벽지, 케이블 타이 등을 활용해 표현하고 자유로운 몸짓을 통해 표출했다.
워크숍의 중심이 되는 것은 드랙(Drag)이다.
사회가 규정한 성별이나 정의에서 벗어나는 겉모습으로 자신을 꾸미는 행위로 참가자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되찾기 위해 옷장 깊숙이 숨겨놓았던 옷들을 꺼내놓았다. 나이가 들고 몸매가 변해서,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여서, 버리지도 못하지만 입지도 못했던 것들이다.
처녀 때 입었던 미니스커트나 10년간 13번의 이사에도 버리지 못했던 구두를 통해 과거의 모습을 되찾은 이들은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들이 바꾼 것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사회적 시선에 억눌렀던 자신의 모습과 이를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이들의 변화는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아내에게 꽃다발 한 번 선물하지 못했던 표현에 인색한 중년 남성은 생애 처음으로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또 직업 때문에 검은 쪽 머리로 끼를 억눌렀던 교사는 이번 기회로 과감한 옛 모습을 되찾으며 거리의 여성들에게 “어디서 그렇게 잘 꾸몄냐”며 질문 세례를 받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나를 가감 없이 선보일 자리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며 “여행을 온 듯, 내가 살고 싶은 대로 행동하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등의 소감을 밝혔다.
이들이 연습한 퍼포먼스는 춘천마임축제와의 협업을 통해 개막 난장 ‘아!水라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사업 총괄 디렉터로 참여한 드랙 아티스트 모지민은 참여자들의 존재 의미와 개성을 솔직하게 끌어내며 욕망을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참여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런웨이에 올라 개성 넘치는 포징(Posing)을 보여줄 예정이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신세하 싱어송라이터가 함께한다.
강승진 춘천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은 “스스로에 대한 해방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쉽게 만들 수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며 “신중년 세대의 개성 넘치는 삶과 색깔을 통해 춘천이 다양한 삶으로 가득 채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승미 기자 singme@mstoday.co.kr]